얼마 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산에 어묵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부산까지 갔으니 다들 새벽의 공동어시장을 가보고 싶어 했다. 마침 안내를 자청하신 분도 있고 하여 꿀 같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나갔더니 한 마디로 장관이라는 말 외에 어떤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기 어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등 푸른 생선이란 말은 영양학적으로 떠들 때나 들먹이던 어휘였는데 그 어마어...
세상에 갓은 청갓과 붉은갓 두 가지 뿐인 줄 알던 나에게 갓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인 날이 있었다. 결혼 초였는데 여수로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선물이라며 내놓은 것은 평소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굵고 큰 갓으로 담은 김치였기 때문이었다. 입에 넣자 코끝을 타고 정수리까지 뻗치는 톡 쏘는 매운 맛을 느끼게 해 준 그 갓김치는 나에게 전혀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해주었는데 한 마디로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
며칠 전 춘천에 살면서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도루묵에 관한 홍보물이 올라왔다. 도루묵의 계절이다.
농촌에서 살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다른 삶의 지혜들이 있으니 과학적인 잣대를 가지고 대처하는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오랜 세월 농촌에서 살면서 몸으로 부대끼며 몸으로 알게 되고 본능처럼 대처하는 힘이 생긴 어른들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지리산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한창이지만 입동이 지났으니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잎을 떨어뜨리는 계절이다. 그러나 단풍은 아니지만 꽃 중에 유일하게 가을을 빛내고 있는 색색의 국화가 우리를 위로하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다양한 국화 중엔 작고 다부지게 앙증맞은 금국이란 품종이 있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우엉이 눈에 들어온다. 우엉의 계절이 온 모양이다. 내사 살고 있는 지리산 주변에 귀농한 친구들은 밭에 돌이 많아서 그런지 마대자루에 흙을 담아 거기에 우엉을 심는다. 여느 농산물과는 달리 뿌리를 땅속 깊이 뻗기 때문에 캐기가 어려우니 마대자루에 키워 수확할 무렵이 되면 자루 속의 흙을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의 창립선언문은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나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는 것이니 지난주에 이어 조금 더 살펴보려고 한다.
요즘은 협동조합이 대세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작년에 이어 여러 번의 협동조합 강의가 만들어져 진행되고 있다. 나도 지난해와 올해 초에 연이어 몇 번의 협동조합 강의를 함양에서 진행하기도 하였으니 그야말로 협동조합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인 것 같다.
적어도 내 입에는 일반적인 자색고구마는 맛이 없다. 호박고구마나 밤고구마를 생각하고 먹는다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보라색 물은 줄줄 흘러 손을 물들이고 입 주변까지도 물들이지만 정작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은 서걱거리기도 하고 덜 익은 무를 씹는 것 같기도 하다.
고혈압식단을 부탁받고 고민한 적이 있다. 하루 세 끼 일주일 식단을 6개월간 짜야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의 음식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나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염분을 제한하거나 칼로리를 낮추고 육류의 섭취도 줄여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먼저 식단을 짜는 원칙을 세웠는데 그 중 제일로 꼽은 것이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돼지고기는 꼭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친구들과 의정부 어느 쯤에서 제육볶음을 먹고 귀가해 자다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고추장에 버무려져 조리된 그 고기가 덜 익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세균번식이 시작된 것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날의 고통만은 잊지 못한다.
괴산은 고추의 고장이다. 그래서 나는 지리산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괴산에 귀농한 농부를 통해 해마다 고추를 구입하였다. 첫 구입 때 한 번 방문하여 인연을 맺고는 늘 추석 전에 연락을 하여 첫물고추나 두물고추를 위주로 사서 잘 닦고 조금 더 말려 필요할 때 써왔다.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엔 정말 옥수수가 잘도 컸다. 늘 고개를 들고 쳐다봐야할 만큼 키가 큰 옥수수에는 웬만한 어른의 팔뚝보다 크고 긴 옥수수가 몇 개씩 달려있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더운 여름을 나는 훌륭한 간식이 되었었다.
연산오계는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되어 있다. 뼈가 까마귀처럼 검어서 우리가 흔히 오골계라 부르는 것은 일본의 오골계로 우리나라 전통의 오계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오골계는 흰솜털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연산 오계는 깃털. 피부. 눈. 발톱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검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당당히 서 있는 오계를 보면 서슬이 시퍼렇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그 검은 빛이 찬란하다.
자기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이 농부의 큰 즐거움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산청 끝자락에서 ‘닭아빠’로 불리기를 자청하는 한 농부는 닭을 키우는 재미 세 가지도 그에 못지않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린다.
수박에 함유된 칼륨은 혈액 내의 염분을 끌고 나가는 작용을 하므로 나트륨 섭취가 문제인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과일이며 수박에 함유된 배당체는 이뇨작용과 함께 강압작용이 있고. 수박에 함유된 단백효소는 급만성신염. 간염 등을 치료하는데 유용하다.
만물이 썩는 계절. 이때부터 시작되는 감자 썩는 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약함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이즈음 때맞춰 수확된 감자 중 크고 잘 생긴 것들은 골라져 저장되거나 팔리고 상처 나고 못생긴 감자들은 말 그대로 썩히기에 들어가게 된다.
게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체열을 내려주고 몸에 진액이 부족한 사람이 먹으면 도움이 되며 간음(肝陰)과 골수를 보하는 힘이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이 많아서 성장이의 어린이에게 좋으며 맛난 맛을 내는 글리신. 알라닌. 베타인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